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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연재] Coffee With Me -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2카테고리 없음 2023. 7. 14. 22:00반응형
글쓴이: 쪼매난 언니
출처: Pixabay 반응형이런 분들이 읽으면 더 좋아요 콘텐츠의 깊이 콘텐츠를 읽는데 필요한 시간 •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1’을 읽은 분들 (1편 읽으러 가기)
• 커피 원두 품종을 알고 싶은 분들
• 로부스타 원두에 대해 어떠한(?) 편견을 갖고 있는 분들가볍게 쓰윽 읽기 25분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1에서는 내가 어떻게 커피를 좋아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카페인 관련 정보를 다루었다. 이번 콘텐츠는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Work-life balance)을 이뤘던 시기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와 원두 품종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지난 콘텐츠 읽으러 가기 ▶️ Coffee With Me - 어떤게 사랑이 변하니 1
쪼매난 언니가 이번에 다룰 내용은? 💡
• 아라비카만 원두냐, 로부스타도 원두다
• 내 취향에 딱 맞는 커피 찾기!작고 까만 너
사수와 친해지면서 사수의 취향은 곧 나의 취향이 되기 시작했다. 나의 사소한 커피 생활 하나하나를 사수와 공유했다. 매일 야근 때문에 몸이 힘들었지만, 그 작고 까만 커피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에 회사 다닐 맛이 났다. 나의 사수는 인턴 시절 유독 내게 잘해주었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쪼그맣고 까만 애가 맨날 긴장하고 있고 안쓰러워 보여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작고 까맣다고 해서 기분이 살짝 상하려다가 뭔가 이런 사실마저 커피와 공통분모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누그러졌다.
나는 사수를 따라 핸드드립에도 입문하게 되었고 친구들과의 모임에선 카페에 관한 모든 것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냥 새롭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게 좋았다.
구글의 힘을 빌려 최대한 모아본 나의 커피 사진 콜라주 (2011~2022) 진심이었을까?
나는 3개월의 인턴쉽을 마치고 당당히 정직원이 되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시기에 정직원이 된 동기가 있었다. 나의 동기는 키도 엄청나게 크고 넉살도 좋고 야근도 제일 많이 하고 넓고 얕은 지식의 소유자였다.
그날도 우리는 밥 먹고 커피 마시고 회사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대화의 소재는 당시 마시고 있던 커피의 맛 평가였다. 그러다 넓고 얕은 지식의 소유자인 동기 덕분에 대화는 자연스레 원두 원산지로 이어졌다. 정작 커피에 심취한 나는 입도 뻥긋 못하며 현란한 동기의 말솜씨와 정보의 방대함에 온 정신을 빼앗겼다. 동기가 내게 말했다.
난 쪼매난씨(바로 나)가 더 많이 알고 있을 줄 알았어~ 근데 뭣도 모르고 무턱대고 좋아하는 거였구나!
분명 악의는 없었다.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없었어야 할 것이야..) 그런데 퇴근 후 낮에 있었던 일을 곱씹어보니 난 커피를 좋아하지만 정작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이 없었음을 알게 되었다. 커피를 그냥 좋아만 했지, 커피 관련한 따분하고 복잡한 이야기는 알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따지고 보니 진심인 흉내만 낸 듯한 느낌이었다. 그저 내가 마셔본 커피는 어땠고 그걸 어디서 마셨는지의 이야기를 하며 있.어.보.이.는. 커피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건 아닐까?
인정하기
안정적으로 정직원에 안착했을 즈음 나의 방패막이가 되어주던 사수(유일하게 내가 커피 정보를 얻는 루트)는 퇴사를 하여 나는 자생해야 했다. 그때부터 커피 관련 책을 사서 읽기(그래봐야 3-4권 정도) 시작했다. 그리고 당장 내가 알아야 할 것 같은 정보, 특히 원산지 별 원두의 특색은 가능하면 외워보려고 했다. 커피를 좋아한다고 얘기하려면 최소한 원산지 특성은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역시나 커피 전문가 흉내 내기는 어려웠다. 전문가 발톱의 때만도 못한 작은 정보조차 내 것으로 흡수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수많은 장점 중 하나인 긍정적인 성격을 잠시 꺼내어보았다.
그리고 나는 나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 뭐 어때, 멋모르고 좋아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잖아.
퇴사할까 말까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14년. 나는 업무에 찌들 대로 찌든 지옥 같은 계급, 대리가 되었다. 월급 조금 올려줬다고 회사에서 내게 바라는 일은 배로 늘어났고 챙겨야 할 후배들도 많아졌다. 그사이 나는 회사와 가까운 곳에 있는 오피스텔을 구해 월세살이를 시작했다. 왕복 세 시간이 넘는 고달픈 출퇴근은 끝을 냈지만, 매달 들어가는 월세와 관리비로 내 마음과 내 월급 통장은 영 헛헛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마저 통장이 텅장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속도를 붙여주었다.
회사에는 일 년에 두세 번 미친(듯한) 일정의 큰 프로젝트가 있었다. 나는 대리였으므로 그 프로젝트를 피해 갈 방법은 없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나는 죽을상을 하며 ‘나 이거 끝나면 퇴사 각이야’를 외치면서(물론, 이건 나의 내면의 소리) 프로젝트를 맡았다. 즐기지 못해서 더 힘들었을까? 대략 3개월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나니 일상 회복이 힘들었다. 나는 내 영혼마저 텅 비어버리기 전에 무슨 수를 써야 했다. 퇴사가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런데 퇴사하기엔 금전적인 고난이 예상되었으므로 이런저런 고민 끝에 내가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무언가를 하기로 했다.
워라밸러의 수료식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결심했다. 다행히도 바리스타 학원은 회사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바리스타 교육과정은 2달 과정이고, 일주일에 두 번, 하루 네 시간 교육이었다. 그런데 막상 고민이 되었다. 첫째로 먹는 걸 좋아하는 내가 밥 먹을 시간 없이 공부하러 학원에 가야 하는 것이 싫었다. 두 번째로 낯가림이 심한 나는 잘 모르는 사람들과 학원에서 4시간(오후 6시-오후 10시)이나 보내야 한다는 심적인 부담감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4시간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해 배고픔을 견뎌야 하는 중압감… (첫 번째 이유와 같지만 다르다) 그리고 한 가지 이유를 더 보탠다면 매일 종잡을 수 없는 퇴근 시간이 문제였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감수해야겠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하루 4시간 x 이 틀 x 8주면 총 64시간! 내가 지난 프로젝트를 하면서 야근한 시간의 절반도 못 미치는 시간이었다. 나를 위해 귀찮고 힘들지라도 모든 걸 견뎌보기로 했다.
당시 회사의 정시 퇴근은 5시 30분이었다. 전에는 칼퇴라도 할라치면 미어캣처럼 팀장님과 팀원들의 동태를 살피곤 했는데 나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다른 사람이 눈에 뵈지 않았다. 그렇게 두 달간은 소시오패스처럼 회사 사람들을 외면한 채 열심히 학원에 다녔다.
마침내 기나긴 두 달 과정이 끝이 났다.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어쨌든 회사 일과 병행하면서 배고픔을 버텼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고 나 자신이 너무 기특했다. 내가 이런 큰 의미를 둔 것에 비해 수료식은 별거 없었다. 벽에 수료식이라는 현수막을 붙여놓고 수료생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단체사진을 찍는 것이 다였다. 수료식 이후 틈틈이 이론 공부해서 필기시험을 통과했고, 한 달 뒤에 있던 실기시험도 당당히 통과했다.
2014년 취득한 바리스타 자격증은 지난 2019년에 만료되었다. 쪼매난 커피 상식
그때의 나는 멋모르고 커피 바라기인 나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잘 몰랐던 그때보다 조금은 발전해 있길 바란다. 그래서 내 머릿속에 넣기 좋게 원두 품종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커피는 역시 아라비카 원두?!
넓고 얕은 지식의 소유자라면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라는 이름 정도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는 바로 대표적인 커피 품종이다.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리베리카(Liberica)라는 품종이 있는데 앞의 두 원두 품종에 비해 상품성이 떨어지고 생산량도 1~2%밖에 되지 않아 시중에서 잘 판매되지 않는다. 리베리카를 제외한 나머지 두 품종에 대해 알아보자. 이 둘은 어떤 점이 다를까?
아래 표는 두 품종의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품종 아라비카 로부스타 세계 커피 생산량 60~70% 30% 이상 주요 생산국 브라질,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 맛 향미, 산미 등 다양한 맛 곡물의 구수함, 쌉쌀함 이건 개인차가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의외의 결과여서 ‘맛’에 대한 사족을 붙인다.
사실 이번 콘텐츠를 작성하면서 로부스타 원두를 처음 구매하게 되었다. 설레는 로부스타와의 첫 만남! 로부스타 원두 지퍼백을 뜯으니 엄청 구수한 냄새가 폭발했다. 누가 여기 미숫가루 뿌렸나 싶을 정도로. 그 향에 이끌려 원두 하나를 씹어보았다. ‘에잇-퉷! 그럼 그렇지’ 맛있을 거란 기대는 1도 없었다. 그리고 원두를 뱉고 나니 입안에서 곡물류의 진한 구수함이 감돌았다. 그리고 아라비카도 맛있어 보이는 놈으로 하나 꺼내어 씹었다. 결론은 로부스타의 승! 굳이 원두를 씹어먹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이번 경험으로 로부스타를 씹어먹겠다.그리고 두 품종은 생김새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아래의 사진은 내가 직접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원두를 구입하여 찍은 사진이다. (원두 종류에 따라, 판매처에 따라 가격은 상당히 다르다. 그냥 참고용으로 구매 비용을 적어본다. 아라비카 100g당 8,500원, 로부스타 100g 당 4,500원)
외관상 가장 큰 차이점은 센터컷의 생김새이다. 센터컷은 원두 가운에 움푹 파인 곳을 말한다. 아라비카는 살짝 휘어진 S자 모양이고 로부스타의 센터컷은 직선이다. 왼쪽과 오른쪽의 품종을 구분할 수 있겠는가?
아라비카 품종(앞 태) 로부스타 품종(앞 태) 다음으로 전체적인 원두 형태로 품종을 구분할 수 있다. 로부스타가 아라비카에 비해 더 동그란 편이다. 살짝만 굴리면 공처럼 굴러도 갈 것 같다. (하—이제 알겠다… 왜 네게 관심이 가는지!)
아라비카 품종(뒷 태) 로부스타 품종(뒷 태) 커피 광고에서 유독 ‘아라비카 100%’인 점을 내세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로부스타는 로부스타 원두라고 광고하지 않는 걸까? 이 두 품종의 재배 환경을 알면 이해가 쉽다.
아라비카 재배 환경 로부스타 재배 환경 - 고지대에서 느리게 자란다. 더디게 자라기 때문에 성장하면서 깊은 풍미를 지닌다.
- 재배할 때 손이 많이 가고 기후에 민감하다.
- 병충해에 약해서 수확량이 많지 않다.
- 병충해에 강하고(Robust: 단단한, 강한) 다양한 환경과 기후를 견뎌내며 저지대에서도 잘 자란다.
- 생산성이 높다.
- 아라비카에 비해 카페인 함량(약 두 배)이 높다.
카운팅 스타-ㄹ처럼 빛 나고 싶은 그 이름, 로부스타
두 원두 품종의 재배 환경을 보면 한 마디로 아라비카는 온실 속의 화초, 로부스타는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잡초라고 할 수 있겠다. 희소성이 있고 느린 성장 덕분에 다양한 맛을 갖게 된 아라비카가 시장성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가 카페에서 마시는 원두커피는 보통 아라비카 원두이며 로부스타는 쓴맛과 고소한 맛이 나기 때문에 아라비카와 블렌딩(blending)을 하거나 인스턴트커피의 원료로 많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아라비카 원두를 쓰면 고급 커피이고 로부스타 원두를 쓰면 저급 커피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커피는 기호식품이라 사람마다 좋아하는 커피의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세계 3대 커피(하와이안 코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예멘 모카 마타리)는 산미가 있는 편이다. 산미가 있는 커피보다는 씁쓸하고 묵직한 바디감이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오히려 로부스타 품종이 더 입맛에 맞을 수도 있다. 우리가 로부스타에 비해 아라비카를 선호하게 된 데에는 아라비카가 월등해서가 아니라 가격이 저렴한 로부스타를 좋은 품질로 만날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간 로부스타도 좋은 바리스타를 만나 맛 좋은 커피로 인식되길 바란다. 다음에는 로부스타 본연의 맛을 느껴보기 위해 원두를 (씹지 않고)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셔봐야겠다.
✓ 해당 콘텐츠는 매주 금요일마다 연재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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