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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ixabay 반응형들어가며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에서 언급하는 ‘당근 하다’는 국내 최대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당근마켓>을 이용해 중고 거래를 한다는 의미가 맞고, 이 글은 ‘당근 하는 것’의 이로움에 대해 이야기할 것도 맞지만 <당근마켓>으로부터 금전을 포함한 그 어떤 대가(代價)를 지급받은 바 없으며(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당근마켓> 관계자와의 직·간접적인 커넥션 또한 전무후무함을(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밝힌다.
<당근마켓>은 2022년 9월 기준 공식 홈페이지의 소개 글에 따르면 월 평균 1,800만 명의 사용자, 일 평균 사용 시간 20분, 1억 2천만 번의 연결을 기록하고 있는 명실상부 국내 최대의 중고 거래 및 지역 생활 커뮤니티 서비스다. 중고 거래뿐만 아니라 동내 생활, 동네 가게, 동네 알바와 같은 다양한 지역 기반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중고 거래 기능으로 주제를 한정하며, <당근마켓> 자체보다는 ‘중고 물품 거래’의 이로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지만, 다른 중고 거래 서비스에 대비되는 이 서비스의 장점은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점이다. 가령 오늘도 중고로운 평화나라를 이용해 거래한다면, 대개는 택배 거래를 하게 된다. 근처에 사는 사람과 연결될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택배 거래엔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박스 및 테이프 등의 쓰레기도 발생한다. 그 점이 오늘도 나를 다른 중고 거래가 아닌, 당근 하게 한다.
당근 하는 마음
나는 당근이 좋다. 벌써 67개의 크고 작은 물건들을 팔아 치웠고, 활동 배지 15개를 획득했으며, 매너 온도는 무려 45.9℃를 기록했다. 웬만한 물건은 이미 팔아 치웠기에 한창 당근에 빠져 있을 때에 비하면 요즘은 좀 시들해진 편이지만, 그래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냐만 잘되든 말든 나와는 하등 상관없는 남의 서비스이기에, 굳이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려 한다.
필요 없는 물건 팔아 살림살이에 보태자
내 방은, 내 서랍은, 내 옷장은 정말이지 쓰잘 데 없는 것들 천지다. 들여다보고 있자면 언제 어디서 무슨 마음으로 왜 샀는지도 모를 물건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심지어 뒤지다 보면 ‘나한테 이런 게 있었어?’하게 되는 쓰레ㄱ 아니 물건들도 심심찮게 나온다. 과거의 나는 무슨 헛돈을 이렇게 많이 쓰고 다닌 건지, 무슨 감각으로 이런 모자를 산 건지, 집도 절도 차도 없어서 키(key)랄 것도 필요 없는 게 뭔 놈의 열쇠고리들은 이렇게 많은지, 두세 번이나 입었을까 싶은 옷들은 대체(이하 중략). 이와 같이 분명 과거의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합리적으로 구입했을 물건들이 현재의 나에겐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버리자니 아깝고 물건도 거의 새것들이다. 이때 이것들을 중고로 팔면 얼마간의 현금과 교환할 수 있다.
물론 대개 내가 샀던 금액의 근처도 못 가는 가격으로 팔지만, 이것을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싸게 파는 게 아까워 그냥 가지고 있다 보면 물건은 물건대로 사용되지 못한 채 잊혀지고, 공간은 공간대로 줄고, 돈은 돈대로 여전히 없는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주거비용이 비싸고 내 집 마련이 힘든 구조 안에서 우리는 몇 제곱미터라도 넓은 집으로 가려고 아등바등하는 와중에 이미 몇 제곱미터를 필요 없는 물건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되겠다. 게다가 우리는 대개 자가(自家)가 없고(있을 시 죄송하고 부러움), 2년 내지 4년에 한 번씩 이사를 가야 한다면 필요 없는 물건은 모두 짐이고, 짐은 결국 비용이다. 또한 당근에 물건을 내다 파는 경험은 소비에 대한 억제에도 꽤나 도움이 된다. 뭔가를 사고 싶은 마음 즉 뽐뿌가 올 때 불현듯 ‘이거 내가 지금 제 값 주고 사서 당근에 헐값에 팔겠지?’라는 생각이 들며 집었던 물건을 내려놓게 되기 때문이다.
가치를 재발견하는 친환경 습관
중고 물품을 사용한다는 말은 즉슨 새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이다. 필요한 물건을 새 것으로 사지 않고, 중고로 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어쨌거나 생산과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기 때문에 무분별한 대량 생산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산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려면 원가 절감을 위한 수요의 증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은 인류를 풍요롭게 하고, 고도산업사회의 문을 열었지만 동시에 부존 자원을 고갈시키고 환경을 오염시켰다. 인류는 물론 아무 잘못 없는 다른 동식물마저 살기 어려운 곳으로 지구를 변화시켰다. 지난 2021년에 방영된 다큐멘터리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를 보면 충격에 입을 다물 수 없다. 가나의 칸타만토 시장에는 세계 각국에서 수입된 헌 옷들이 모이는데(애초에 대량 생산 대량 소비해 재낀 1 세계 사람들의 쓰레기가 3세계로 “수출”된다는 사실도 이미 굉장한 부조리가 아닌가?), 이 중 상품 가치가 없는 옷들은 근처의 소각장에 버려지고 있었다. 이 소각장에 버려진 헌 옷들이 쌓여 산을 이루고, 소들이 이 쓰레기 산에 올라 옷을 뜯어먹고 있었다. 또한 요즘 옷들은 대부분 합성 소재로 제작하기 때문에 이 옷을 태우면 공기는 심각하게 오염되고, 매립한다면 토양이 오염되며, 주변의 강이나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면?
요즘 ‘패스트 패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비단 의류 생산과 소비에 한정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소비하고 사용하고 버리는 대부분의 물건들이 그렇다.
지난 6월 <당근마켓>은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을 맞아 ‘이게 다 지구에 좋은 거래’ 이벤트를 펼쳤다. 앞서 밝혔듯 이 글은 <당근마켓> 관계자와 어떤 직간접적인 커넥션도 없고, 소정의 대가를 지급받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 글에서 ‘이게 다 지구에 좋은 거래’가 어떤 이벤트였는지 자세하게 설명할 생각은 없지만 요약하자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새 물건을 고집하지 않고 중고 물품을 소비하는 일련의 자원 순환 활동에 참여한 사용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한 것이다. 또 <당근마켓>은 매년 당근 활동으로 인한 자원 재사용의 환경적 가치를 데이터로 환산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당근마켓>에서 중고 물품 거래와 나눔 활동으로 이웃들이 연결된 건수는 1억 5,500만 건에 달하며, 이로 인한 자원 순환 효과는 5,240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은 것과 같고 732만 톤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와 같다고 밝혔다.
그래서 다시 당근 하는 마음이 어떤 거냐면
그래서 당근 해서 부자 됐냐거나, 당근해서 환경 보호에 얼마나 기여했냐고 하면 그것은 두 가지 다 무척 미미할 것이다. 내 통장이나 지구의 입장에서 봤을 때 너무 미미한 나머지 내가 뭘 했는지조차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이 노력한 결과가 미미하다고 해서 실천하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모여 만들어질 큰 영향은 시작조차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중고 물품 사용에 대한 대단한 신념이라도 가진 것처럼 글을 썼지만, 지금까지 내 당근 활동은 판매에 한정되어 있었다. 데카르트처럼 (남을) 의심하는 버릇과 타인이 사용하던 물건은 쓰기 싫은 깔끔 떠는 성격 때문인데,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무분별한 대량 생산과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대량 쓰레기들을 떠올리며 언젠간 구매에도 도전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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