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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연재] 문송과 헤어질 결심 - Part 1. 문송 발로 개발 굴에 들어가기카테고리 없음 2023. 7. 5. 22:00반응형
출처: Pixabay 반응형[3줄 티저]
• 문과가 IT 기업에서 일하려면 어떤 것들을 알아야 할까?
• 관련 지식은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 IT 기업의 빵빵한 연봉은 문과에도 해당될까?다만 숟가락을 얹고 싶었을 뿐인데
IT 기업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었다. 최신 IT 서비스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트렌디한 나의 노년을 상상하며, "이토록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본업을 그런 바닥에 비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시대의 조류에 힘차게 합류하겠단 포부가 있었다. 솔직하게는 그냥 잘 나가는 산업에 나도 숟가락 좀 얹어 보자는 마음이었다. 커리어 한 줄을 뭔가 좀 그럴싸하게 채우고 싶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다.
문과 중에서도 특히 입만 산 편이라 묻지도 않은 썰은 술술 풀면서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엔 늘 뚝딱거렸다. "그냥 사무직이에요." 혹은 “그냥 중소기업 다녀요.”라고 이야기를 해 왔는데, "IT 기업 다녀요."라고 말하면 다들 나를 네이버 다닌다고 오해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와 커다란 허세도 IT 기업으로 이직을 결심하는 데에 한몫을 했다. 그리고 IT 기업이 왠지 연봉도 빵빵하게 줄 것 같았다. 인플레이션 세계관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던 짠한 내 월급을 구제해 주고 싶었다. 결과는?
응, 땡!
[꿀까진 아니고… 굴팁]
고액 연봉이 목표라면 지금이라도 개발 공부를 하자. 물론 요즘 핫하다면 핫한 산업군이라 다른 산업군보다 IT 계열이 전반적인 연봉 테이블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사에 나오는 ‘고액 연봉으로 모셔가는 사람’에는 아쉽게도 문과 직무는 해당되지 않는다.아무튼 이런저런 포부와 속내를 품고, 얼마 전 IT 기업으로 용케 이직했다. 내 발로 당당하게 개발자의 굴에 입성해, 네 발로 기어 다니는 IT baby 일상이 시작됐다.
보살이 되었다, 마침내
평소에 돌다리도 실컷 두드려 놓고 불안해서 못 건널 정도로 걱정 수집력 상위1%에 빛나는데도 불구하고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회사 일은 다 거기서 거기란 믿음과 난 나의 사회생활 경력 짬을 믿고 간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물론 근거 없는 자신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입사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 느꼈다. 싸함을. 업계마다 요구하는 지식과 업무 처리 방식이 있기 마련인데, 보통 그 지식과 업무 처리 방식은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전제로 한다.
예를 들어 쿠팡에서 배달의 민족으로 이직했다고 가정해 보자.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커리어다. 쿠팡은 유통사이자, 이커머스 기업이다. 그러한 서비스를 IT 기술을 접목하여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IT 지식과 함께 유통업 자체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필요하다. 고객의 주문과 교환, 반품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물류의 출고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정산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는지 등 이커머스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큰 그림은 알고 있어야 IT를 접목시켜 고도화된 서비스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런데 배달의 민족으로 이직했다면? 쿠팡에서 갈고닦은 경력이 어디 가진 않겠지만, 새로운 분야인 배달 서비스에 대한 스터디가 필요하다.
그런데 나는? 비 IT 기업에서 IT 기업으로 이직까지 했으니, 서비스 분야에 대한 지식은 고사하고 IT 지식을 채워 넣기도 바빴다. 그나마 모자란 지식이 스터디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면, 경력 이직으로 마주한 극복하기 어려운 다른 현실은 부담감이었다. 스스로의 경력을 믿는 건 자유인데, 그 값은 해야 한다. 그리고 얘가 나잇값, 경력 값을 하는지 주변에서, 특히 관리자가 굉장히 눈여겨본다는 게 느껴진다. 특히 수습 기간에는 이렇게 관심을 독차지할 줄 알았으면 유튜버 할걸 그랬나 싶을 정도로, 막상 다니면서는 뵙기도 힘든 대표님까지도 나의 적응과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묻곤 했다.
지위가 불안정한 수습 기간 동안은 나의 부족함을 들켜선 안 될 거 같았다. 다소 부담스러운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일단 눈웃음을 동원한 부처님 미소로 상황을 넘겼다. 난 보살이 될 관상이었을까? 그리고 다급하게 내 자리에 돌아와 모니터를 살크업 한 온몸으로 가뿐하게 가리며 구글을 쥐 잡듯 뒤졌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깊은 현타와 함께 이러다 뽀록나겠다 싶을 때쯤 다급하게 공부를 시작했다. 문송과 헤어지겠다고 결심했다. 마침내.
퇴근만 해도 체력이 너덜너덜해지는 30대라 가정 학습(대충 집에서 맥주 마시면서 하겠단 소리)을 택했는데… 난 전생에 콩쥐였던 거 같다. 지식을 부어도 부어도 뇌 틈새로 새어 나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팀에서는 자꾸 나에게 롤을 부여하는데 늘지 않는 업계 지식에 똥줄이 탄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극강의 용두사미형 인간이라 나 자신이 지치기 전에 나의 무식을 뿌리 뽑기 위해, 적은 양의 학습으로 최대 효율을 내면서 피치를 쫙 끌어올렸다. 아니, 올리고 있다. 변화가 빠른 업계 특성상 스터디는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관련 지식을 쌓기 위해 남들 하는 건 다 해 봤다. 책도 사 봤고, 유튜브도 뒤적거려 봤다. 패스트 캠퍼스나 인프런 같은 강의 사이트에서 내 돈 내고 강의도 봤다. 내가 MZ 세대였다면 가장 먼저 유튜브로 달려갔겠지만, 난 MZ 세대의 끝 선을 살짝 밟은 정도의 나이라 그럴까? 독서를 통한 스터디를 가장 먼저 택했다. 책을 선택하고 구입하는 과정에서 실패도 꽤 많았는데, 다른 이들은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어떤 책들을 읽었고,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가볍게 쓱 정리해서 다음 편에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3줄 요약]
• 비 IT 기업에서 IT 기업으로의 이직은 IT 지식과 함께 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지식 습득이 필요하다. 즉, 공부할 게 2배!
• 영혼이 빠져나가고 껍데기만 남은 체력으로 틈틈이 공부하기에는 독서를 추천한다.
•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다음 편에서 소개할 예정✓ 해당 콘텐츠는 매주 수요일마다 연재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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